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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기획서를 쓰는 예술인을 위한 내 작업을 기획서로 말하는 법 Part. 2-2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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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 2026-05-13 | 작성자 | 모모365 |
Q. 자신의 작업을 기획서로 풀어낸다는 건 내 언어를 만드는 것이라는 건데요. 그렇다면 내 언어를 만들기 위해서 갖고 계신 습관이 있나요? [조영신] 제가 오지 전문 평가위원이거든요. 그러니까 평가위원들이 거리상의 이유로 잘 안 가는 곳이 있다면 절 달라고 해요. 내비게이션에 580km가 찍히는 곳을 가본 적도 있어요. 고성에서 진도까지 12시에 끝내고 6시 반 걸려 다른 사업을 보러 가기도 하고요. 가기 힘들다는 건 내가 그 지역, 그 현장에 대해서는 가장 많은 정보를 갖게 되는 거거든요. 왜냐하면 내가 봐야 하는 대상과 타겟은 내 편의와 관계없기 때문이죠. 공간과 일상적인 삶의 현장이 실제로 어떻게 변화하고 이동하는지 봐야 하거든요. 대중이 왜 움직이고 무엇에 반응하는지, 관객들은 어떤 얘기를 끊임없이 하는지 이런 것들을 지속적으로 관심 갖고 들여다봐야 해요. 이런 부지런함이 어떤 분야에 대해 다양한 경험과 정보를 갖게 한 원동력이지 않을까 싶어요. 또 하나는 호기심이요. 공연 연출하는 선생님들께 1년에 몇 작품 보시느냐고 물었더니 1년에 작품 3개를 하는데 그거 하기도 바쁘다고 다른 작품을 거의 못 보고 자기 작품만 한대요. 자기 일에 대해 몰입하는 건 너무 훌륭한 태도죠. 그러나, 다른 것들에 대한 호기심을 갖지 않으면, 자기 작업도 어느 순간 멈춰버릴 거에요. 내 밖에 것들에 대한 끊임없는 호기심이 나를 움직이게 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상한 말일지 모르지만, 세 번째는 측은지심이에요. 나 아닌 다른 어떤 것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갖는 건 배려나 양보나 겸손이라고 하는 단어와는 좀 달라요. 측은지심을 통해 내가 갖고 있는 능력으로 얼마큼 선한 영향을 끼쳐서 사회에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이 될 거냐고 하는 걸 잊어버리지 않을 수 있어요. 그래서 측은지심을 갖는다고 하는 게 옳은 결정이나 선택, 판단하는 데 있어서 저에게는 가장 기본이 되지 않았나 싶어요. 흐트러지지 않고 지금 여기까지 올 수 있게 한 저의 중요한 마음입니다. [최선영] 기획서로 어떤 미래를 쓴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저는 오히려 기획서는 과거를 현재 위치에서 기록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예전에 뭘 느꼈고 뭘 해봤고 뭘 질문했는지. 지금 작업하는 걸 쓰기 위해서는 ‘과거에 내가 경험한 것들에 대한 언어화’가 되어 있어야 해요. 그런 측면에서 저는 글을 꾸준히, 많이 쓰고 있어요. 그게 어떤 전시를 보고 느낀 점을 쓰는 건 아니에요. 예술적 경험이나 문화적 경험은 콘텐츠 안에만 묶여 있는 건 아니니까요. 길거리에서 느낀 것과 예술이 사회 안에서 해석되는 것과 내가 경험하고 있는 예술 프로젝트의 어긋남. 뭐 이런 것도 질문일 수 있어요. 그저 사유하고 느낀 것들을 계속 기록할 뿐이에요. 내 언어가 축적되면 기록할 수 있게 되고 보이게 돼요. 그러려면 다른 사람 말도 많이 들어야 해요. 기획자는 많은 사람들이 관여된 현장을 만드는 사람이기 때문에 빈구석을 잘 만드는 사람, 적절히 비워두는 자리를 만드는 사람이 좋은 기획자라는 생각이 들어요. 다른 사람들의 반응과 참여, 예측 불가능한 표현들이 등장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평소에 잘 들어야 돼요. 내가 중요시하는, 좋아하는 프로젝트를 할 건데 사람들이 이것에 관심이 없다면 왜 관심이 없는지 수군거리는 얘기를 좀 잘 들어야 하고, 요새는 이런 쪽에 사람들이 관심 없다고 하면 뭐에 더 관심이 있는지 잘 들어야 하고. 사람들이 갖고 있는 여러 가지 반응을 잘 관찰하다 보면 할 말이 많을 수밖에 없어요.
‘작년에 뭘 했었고 올해는 이걸 하겠다’라는 얘기를 하는 과정에서 느낀 것이 없는 예술가들이 있어요. ‘작년엔 a주제를 했으니, 이번엔 b주제를 할게요’만 있죠. 왜 a에서 b로 넘어갔고 작년엔 관객들의 어떤 반응이 있었는지를 느껴야 자기 깊이와 언어가 생겨나요. 나의 성과와 역량보다 풀리지 않는 질문을 기록하는 게 중요해요. 예술이나 기획 활동은 계속 망설이고 고민하는 것의 연장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다면 질문이 계속 있어야겠죠. 근데 현장에 가서 ‘고민이 있으세요?’라고 물었을 때 없다고 말하는 분이 꽤 많아요. 고민이 많다는 걸 내비치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진 분들도 있는 것 같은데요. 고민이 많아야 지속적으로 작업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고민이 동력이거든요. 헤매고 고민하고 어려움을 발견하고 인정하고 해결하는 행위 안에서 구체적인 기획력이 생겨요. 이걸 자기 언어화한다면 당연히 기획서에도 쓸 말이 많겠죠. 그런 측면에서 많이 관찰하고 들으면서 끊임없이 기록하는 실천을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황상훈] 세 가지 단계가 있다고 보는데요. 첫 번째는 관찰입니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관찰하고 생각하는 사유의 과정을 거쳐야 해요. 사유만으로 끝나면 안 되고 해결책이 뭘까 이런 것까지도 고민이 되어야 하죠. 문제의식과 거기에 따른 해결책을 고민하는 사유의 과정. 그리고 대안적으로 시도하는 과정도 필요해요. 관찰, 사유, 시도. 시도는 실험일 수도 있고 도전일 수도 있어요.
작업을 통해 뭔가 다른 생각, 다른 방식 또는 다른 답이 있음을 공감하고 확인하고 느끼게 하는 게 많은 공공사업에서 취하는 방향 중 하나인데요. 지역 문화를 활성화하고 공공적인 활동이나 문화적 향유를 높이기 위한 공모 사업에서는 지역의 가치를 높이거나 문제를 해결하거나 하는 좋은 목적의 활동을 촉진하기 위한 거를 사업의 취지로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내 생각이 어떻게 이 사업에서 대안적으로 도전해 볼 수 있느냐는 건 평소에 관찰과 사유가 충실하다면 충분히 시도해볼 수 있을 겁니다. 습관처럼 관찰과 사유, 그에 대한 대안적 시도 같은 고민을 계속하다 보면 그게 곧 기획력을 키우는 과정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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