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본 정보

자유게시판

> 커뮤니티 > 자유게시판
처음 기획서를 쓰는 예술인을 위한 내 작업을 기획서로 말하는 법 Part. 3-1편
등록일 2026-05-20 작성자 모모365

처음 기획서를 쓰는 예술인을 위한
내 작업을 기획서로 말하는 법

Part 3. 이해시키는 기획과 커뮤니케이션

작업을 설명해야 할 때 내 작업을 이해시키기 위한 커뮤니케이션

 

 

 

 

Q. 내 이야기를 관객, 심사위원, 협업자 등 다양한 대상에게 설명할 때 하는 시도로는 무엇이 있나요?

 

[조영신]  공공 영역의 재원은 대중을 향해 있어야 돼요. 심사 위원을 설득한다고 뽑히지 않아요. 제가 기획서에서 안 좋아하는 단어가 두 가지 있어요. 시민 모두라는 말과 지역 문화가 신장된다는 말. 모든 문화가 그렇게 될 리도 없고 돼서도 안 돼요. 그런 기획은 없어요. 누구나라는 단어의 맹점이 있어요. 내가 하는 작업의 주 대상이 명확히 설정되어 있어야 그 대상이 왜 좋아하는지로부터 시작해 보조적, 부수적 대상이 같이 관심을 갖게되는 거거든요. 시민 모두라는 말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행사밖에 안 돼요.

 

예를 들어서 최근에 부천판타스틱영화제를 했는데요. 고관여 매니아들을 대상으로 한 영화제잖아요. 충성도 높은 고객이 많아서 부천 시민들이 못 보는 경우가 많아요. 지역주민의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원데이 클래스,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했는데요. 영화제를 오는 매니아들은 영화가 제일이기 때문에 이 이벤트에 관심이 갈 리도 없고, 이벤트에 참여한 시민은 이게 영화제에서 운영하는 사업인지도 모르게 되죠. 그래서 타겟층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이 영화제가 부천에서 어떻게 20년 넘도록 지속성을 가질 수 있었는지, 시민 참여를 어떻게 확장할 것이냐는 고민에 완전히 몰입했죠. 동마다 돌아다니면서 동 자치회장님들 모임에서 총감독인 제가 직접 가서 동별 사업 설명회를 했어요.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하더라고요. 시민들이 영화제를 지역의 자부심으로 느끼고 매력과 필요성을 발견하게 해야 돼요. 그래야만 우리 축제에 진입할 가장 큰 타겟으로 외연을 확장할 수 있고, 지속성도 확보되니까요. 누가 올 거냐라고 하는 것이 분명하지 않으면 기획은 프로그램만 나열하게 돼요.

 

결판은 두 개로 나요. 기획 의도 같은 것들은 다들 비슷비슷하게 잘 써요. 어떻게 다가가게 할 거냐, 누구를 대상으로 홍보 마케팅 전략을 짤 것인가. 그다음은 전략과 연결된 예산이에요. 예술하시는 분들이 예산이 제일 어려워요라고 얘기하는데요. 이 말은 내가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잘 모른다는 말과 동일한 말이라고 생각해요. 기획을 하는 데 있어서 타겟이 명확히 설정되고 대상이 정해지면 대상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죠. 그 고민을 통해 홍보 마케팅 전략이 나올 수 있고 그 전략으로 인해 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예산이 꼼꼼하게 수립될 수 있어요. 구체적인 진행은 대상을 좀 더 명확히 설정하고 정리하는 데부터 시작돼요. 대상 이외의 사람들을 어떻게 유입시킬 것이며 유입을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도 고민을 해야 되죠.

기획에서는 발로 뛰는 게 굉장히 중요해요. 앞서 얘기했던 것처럼 군도 시도 단위별로 구조가 다르거든요. 장소에 따라서 현수막 하나를 붙이느니 현수막 비용을 가지고 마을 회관에서 공연 한번하고 티켓 나눠드리는 게 더 유리할 수도 있죠. 사업을 진행하려는 지역에 내가 하고 싶은 장르와 맞는 규모의 공간으로 어떤 게 있는지, 그 공간을 지나다니는 분들이 몇 분이 있는지 이런 것들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현장을 이해하는 기획서를 써야 와닿는 기획서가 될 수 있어요.

 

[최선영] 저는 주로 예술가분들하고 낯선 작업을 하거든요. 이건 언어로 설명하기가 어려워요. 이 낯선 것을 공공 입장에서 몇백만 원 몇천만 원 지원하기가 불안한 거죠. 그래서 안심시키기 위한 많은 자료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게 기획서라는 생각이 들어요. 처음엔 저도 심사를 받기만 하는 입장에서는 굉장히 방어적이었어요. ‘알지도 못하면서’, ‘관심도 없으면서이런 게 있었는데 입장 바꿔서 생각해 보니까 무턱대고 지원을 해주기엔 신뢰도 없고 불안한 거예요. 그래서 너무 불안해하지 마세요라는 여러 가지 구체적 자료들을 많이 넣으려고 해요. 아직 해보진 않았지만, 이러한 장소를 생각하고 있고 구체적으로 이런 작업이 여기에 들어갈 것이다. 우리가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어떤 개념과는 조금 다를 수 있지만, 해 봤기 때문에 실행이 가능하다. 뭐 이런 구체적인 말들 있죠. 마냥 공격적으로 내 작업의 의미만을 강조하는 게 아니라 상대방이, 특히 내 작업에 관심이 없거나 내 작업을 잘 모르는 사람이 이거를 읽을 것이다라는 생각을 가져야 해요

 

그래서 나를 만나지 않아도 그 현장을 그릴 수 있도록 설명을 많이 하려고 하고요. 이걸 좋은 커뮤니케이션의 전제로 해서 계속 내 작업의 의미를 너무 크게 두거나 자기애 기반으로 하지 않기 위해 객관화하려고 하죠. 이건 나만 중요할 수 있다. 나만 좋아할 수 있다. 내 주변 친구들만 좋아하고 전시장에 갔을 때 사실 사람들은 무서워할 수도 있고 불편해할 수도 있고 재미없거나 어려워할 수도 있다는 전제로 해야 하는데 많은 기획서가 이 좋은 걸 우리 지역이 안 하고 있다. 이것만 하면 우리 동네 문화 활성화된다. 사람들이 문화를, 예술을 향유 안 하고 있어서 문제다. 국민의 예술 문화 예술 인식이 낮다. 상대방이 중요한 거를 모르거나 싫어한다를 전제로 두죠. 가르치려고 하거나 굉장히 공격적인 태도예요. 다른 입장으로 생각해 보면 열심히 설득해 볼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내 작업을 조금 더 객관적으로 보게 될 거예요.

 

예술가, 기획자들도 타인의 작업에 큰 관심도 없기도 하죠. 이런 사람들이 서로 심사도 하고 우연히 보게 되는 거라고 전제해야 해요. 5만 원, 10만 원 받아서 하는 게 아니라면 이 정도의 노력은 좀 필요한 것 같고요. 예술가나 기획자들이 많이 하는 착각 중 하나가 내용이 좋으면 뽑힐 거다라고 생각하는 건데요. 물론 너무 중요하지만 쓰는 과정에서 보이는 노력의 흔적도 중요해요. 당신이 잘 모르는 게 있지만 이 정도를 준비하고 있고 설득하려 한다. 문장이 서툴다든지 이미지 정리가 잘 안됐다 할지라도 고민해서 기록해 봤다. 이런 흔적들이 보이거든요. 문장이 너무 시 같고 노래 가사 같은 기획서들도 있어요. 하지만 노력의 흔적이 보이는 사람이라면 (물론 심사 상황마다 차이가 있지만) 심사에서도 어떻게든 지원해 주려고, 면접 과정이 있다면 한 번이라도 불러서 일단 얘기를 들어보자 하죠. 기획서는 그 자체의 내용도 있지만 쓰는 과정에서 자기가 들이는 노력, 결국 태도가 누군가에게 닿게 하는 잠깐의 장치가 되죠.

 

조영신 맞아요. 태도가 정말 중요해요. 똑같은 단어를 쓰고 비슷한 단어로 작업을 해도 목소리가 들리는 기획서가 있어요.

 

[최선영]중요한 포인트는 공감대 형성에 있어요. 제안을 하는 사람, 심사 위원과 대중이 어떤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 내 주장대로 밀어붙이는 게 아니라는 거죠. 자기주장만 강하면 어떻게 공감대가 만들어지겠어요. 그리고 쉽게 이해시키기 위해서는 스토리텔링이 필요해요. 내가 이런 경험 속에서 관찰을 해봤더니 이러한 생각으로 흘러갔고, 또 이런 문제가 인식됐고, 그래서 한번 시도해 보려고 한다. 이래야 얘기하는 게 느껴지죠. ‘난 뭘 할 거다라는 본론만 드라이하게 가면 공감대 만들기가 어려워요. 스토리텔링에는 이런 과정이 있었다라는 히스토리가 좀 들어가야 해요.

 

[조영신]  과거에 작업한 과정을 우리가 볼 수 있다면 그것보다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건 없죠.

 

[최선영] 함께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할 건지. 주민들과 함께 할 수도 있고 어떤 협력 단체들과 함께할 수도 있겠죠. 잘 나서 나 혼자 치고 가려고 그러면 누구도 안 도와줘요. 이 사람들과 어떻게 함께하고 협력할 거냐에 대한 구상을 가지고 있어야 해요. 그리고 그 안에서 장기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만 있는 게 아니라 현실적으로 어떤 성과를 내겠다해야 함께하는 사람들이 지치지 않아요. 계속해서 단기적으로 우리가 뭘 해냈다고 느껴야 그 성취감들이 모여 계속할 수 있는 힘이 돼요. 큰 그림만 보기보다는 단기적으로 하나씩 해결해 가면서 가겠다는 방식이 중요한 것 같아요살아온 환경도 생각하는 것도 다른 사람들과 공감대를 만들기 위해서는 내 언어로만 주장해서는 안 돼요. 다른 사람도 궁금해할 수 있는 언어로 얘기해야 해요. 그러니까 일종의 통역 내지는 번역가의 역할도 해줘야 해요. 커뮤니케이션이 정말 중요한데, 너무 자아가 강하면 커뮤니케이션이 어려워요. 수용성이 좀 있어야 해요.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하는 것은 내가 하고 싶은 걸 버리는 게 아니에요. 어떻게 공감대를 만들어 갈 건지 생각하면서 접근해야 해요.

 

Q. 그렇다면 좋은 커뮤니케이션이란 무엇일까요?

 

[조영신]  어려운 단어를 쓰면 전문적으로 보일 거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은데요. 그게 잘못되거나 나쁘다기보다는 예술가들이 작업하는 언어들이 일반적이지 않다는 걸 조금은 이해하셔야 해요. 거기서 쓰는 일상적 언어가 대중적 언어는 아니거든요. 아나운서의 원고는 중학교 2학년 정도의 사람이 80% 이상 이해할 수 있는 서울말을 표준어로 기초해 내용을 작성한다고 하던데요. 그런 기준이 왜 필요한지 바로 이해가 되지 않나요? 언어 해득력은 자신의 경험에 따라 차이가 있는 게 당연하지만, 차이를 느끼지 못하게 글을 쓰는 건 좋은 소통 능력인거죠. 그리고 다른 작업이나 기획서들을 많이 봤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자기가 계획서에서 이러한 문제가 있어서 안 된다고 얘기했던 게 다른 데는 아무런 문제점이 없이 진행되기도 한다는 걸 알게 될 거예요.

 

저는 미술 전공이 아닌데요. 전시를 많이 보면서 내가 뭘 좋아하는지를 명확히 알게 됐어요. 내가 어떤 그림을 좋아하고 무슨 색감을 좋아하고 내가 어떤 거에 반응하는지 같은 거요. 그 경험이 무대 디자인을 하거나 색감을 쓸 때, 포스터를 만들 때까지 도움이 정말 많이 됐어요. 다른 작업을 하시는 예술가들의 언어를 이해하려면 좀 많이 보셔야 하고, 그런 경험들이 자기 언어가 아닌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들과의 깊이 있는 연대를 가능하게 해요.

 

예술가들은 작업에 많은 시간을 투여하다 보니 사람을 만나는 게 어렵게 되기도 하는데요. 고립돼서 자기 작업에만 빠지게 돼버리면 보편적인 부분은 획득하기 어려워져요. 지식으로, 또는 서치해서 글로 정리를 할지라도 현장에서 경험한 것은 아니니까요. 충분한 시간과 기회가 있으니 작업하는 시간 이외에 움직이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응원하기 0
이전글 처음 기획서를 쓰는 예술인을 위한 내 작업을 기획서로 말하는 법 Part. 2-2편
다음글 처음 기획서를 쓰는 예술인을 위한 내 작업을 기획서로 말하는 법 Part. 3-2편
※ 댓글은 로그인 후 이용가능합니다.

댓글 0

댓글이 없습니다.